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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 세콰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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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4. 3. 20:11 즐기는 재테크

인생을 살다 보면 본의든 본의가 아니든 많은 Risk에 직면하게 됩니다. 대표적으로 IMF 시기도 겪고, 리먼브라더스 사태도 맞으면서 주식이 몇 토막 나기도 하고 집값이 폭락하기도 하고... 또 그 시기가 지나면 증권 시장도 회복을 하고, 집값도 회복을 하고요.

저는 고등학교 2학년 시기인 18살때 야자를 마치고 하교하는 길에서 하늘 위에 떠있는 달을 보며 생각을 했습니다. '나는 잘 될 것이다. 나는 나를 알겠는데 나중에 태어나는 내 자식은 어떻게 될까? 그 아이 속에 무슨 생각을 하고 살고 있는지 어떻게 알고, 어떻게 키워야 할 것인가? 내가 아무리 잘 돼도 자식을 잘못 키우면 모든 걸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다.' 이때부터 제 인생에 최대의 Risk는 아이러니하게도 제일 사랑해야 할 자식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Risk는 뗄래야 뗄 수가 없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제 목숨과도 바꿔야 할 때가 올 수도 있습니다. 이 Risk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은 Risk가 지속적으로 커져서 현실의 재앙이 되기 전에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통해서 이 Risk가 커지지 않도록 관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선은 제가 아는 경험치에서 보편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었던 부분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부모님 주머니에서 돈도 훔쳐서 동네 형, 친구, 동생들과 쌈치기라고 돈 따먹기도 해보았고, 가게에서 과자도 슬쩍 했던 적도 있었고, 부모님과 떨어져 살았을 때는 불량한 친구들과 어울려 다닌 아찔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당연히 거짓말도 수없이 했겠지요. 이런 일들을 언제, 어디에서 했을까요? 모두 부모님이 안 보이는 곳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초등학교 시절이었을까요? 장농에 부모님들 주머니를 뒤져보면 잔돈들이 나옵니다. 그걸 빼다가 밖에 나가서 동네 아이들과 돈 따먹기를 하다가 어느 날에는 대담해져서 지폐 한 장을 쓸 쩍 해서는 벽에 붙은 농민 달력 사이에 돈을 일단 숨겼습니다. 어느 정도 시기가 흘러서 부모님도 모르시는 완전 범죄가 되었다 할 때 꺼내서 쓸 요량으로 숨겨뒀는데 어머니께서 눈치를 채셨습니다. 일단 집안이 뒤집어졌는데 저는 도둑에 누명을 쓴 것처럼 코스프레를 합니다. 어머니 품에 안겨있을 때 협상안이 들어옵니다. 지금 내놓으면 짜장면을 사주겠다. 그 시절 저에게 짜장면은 누나들이 졸업식을 해야 맛볼 수 있는 음식이었습니다. 거기에 혹해서 저는 달력 뒤에 지폐를 꺼내 드리게 되지만 약속했던 짜장면은 먹지 못했습니다. 아마 그때 어머니에 눈에는 제가 뻔히 거짓말하고 있다는 게 보였을 테지만 저는 속일 수 있다고 생각을 했었겠지요.

어느 정도 가치관이 성립된 이후에 제 인생에 기준은 자녀들에 있었습니다. 대학생도 아니고, 직장인도 아니고, 결혼도 하지 않았고, 자식도 없었지만 나중에 내 아이들한테 부끄럽지 않게 살자는게 제 인생에 기준이 되었습니다.

결혼하고 첫 아이를 2001년에 낳았습니다. 아이가 두돐이 될 무렵 아이가 떼를 쓰기 시작합니다. 이전에도 떼를 쓰는 경우가 있었긴 합니다만 아이와 어떤 식으로든 의사소통이 가능한 시기인지 아니면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라서 마냥 받아주어야 하는 시기인지 판단이 필요했습니다. 그 시기쯤에 아이는 말을 따라 할 줄 알고 그 정확한 의미는 몰라도 자기한테 좋은 의미인지 나쁜 의미인지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아이가 떼를 쓰는 어느 날, 저는 아이에 기를 꺽기로 했습니다. 지금까지는 말귀를 못 알아먹는 동물이라 봐줬지만 이제부터는 이 집안에 서열을 알려주겠다는 듯이...

아이를 데리고 작은 방으로 들어갑니다. 네가 잘못했다고 할 때까지 이 방안에서 못 나간다. 아이는 눈물 콧물을 빼며 울고 불고 난리를 칩니다. 경기를 하는 연기도 합니다. '잘못했어요.' 이 한마디를 안 하려고 1시간 30분가량 저하고 방에서 씨름을 했습니다. 저는 물러설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아이가 항복을 하고 '잘못했어요.' 합니다. 이 한마디로 저는 아이를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달래줬습니다.

어쩌면 그 전까지 아이는 이 집안에서 자기가 우두머리였다고 생각했을지 모릅니다. 이제부터 서열 정리가 되니 집안에 큰소리 날 일이 별로 없습니다. 큰소리치지 않아도 말로 다 조종이 됩니다.

몇년 전부터 오영은이라고 하는 자녀 교육 전문가가 출연하는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프로 많이들 아실 것 같습니다. 거기서 아이들을 제압하는 법이 자주 나오는데 제가 했던 방법과 같습니다. 2003년에는 그 프로가 없었으니 누구한테 배운 건 아닌데 어떻게 그런 과정을 진행했고, 그 뒤로 둘째 딸아이가 태어나고 이전에 아들에게 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그 시기를 잘 저울질하고 있었습니다.

그 날은 장모님께서 방문하신 날인데 외할머니가 오니 안하던 떼를 쓰기 시작합니다. 바로 오늘이다. 저는 아이를 데리고 방에 들어가고 또 작업을 시작합니다. 장모님께서 맘이 아프신 듯 사위 그만해... 하시지만, 이미 이 과정을 겪은 아내가 장모님을 막아섭니다. 아이 아빠가 하도록 그냥 놔 두시라고... 이렇게 딸아이도 꺾어서 집안에 서열을 세웠습니다. 아빠/엄마, 오빠, 동생...

결혼하고도 10년 가까이 차가 없었으니 아이들이 어렸을 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저희 아이들은 기차나 버스를 타고 다녀도 조용히 앉아있습니다. 다른 아이들이 뛰고 소리 지르고 다녀도 쳐다만 봅니다.

마트에 장난감 코너를 가면 "가지고 놀아!"하면 가지고 놀다가 "가자!" 하면 제 자리에 놓고 그냥 갑니다. 아빠한테 사달라고 떼써봐야 안 사줄걸 아는 거겠지요.

요즘 젊은 아빠들은 친구같은 아빠가 되고 싶다고들 하지만 저와 제 와이프는 그냥 부모 같은 부모가 되기로 했습니다. 친구는 부모 말고도 많을 수 있지만 부모는 둘밖에 없으니 굳이 부모까지 친구가 될 필요는 없다. 대신 친구들을 집에 데리고 와서 놀고 자고 하는 건 다 허용을 해줍니다. 제가 어렸을 때 아버지께서 좀 무섭게 생기셨는지 친구들이 거의 저희 집에는 안 와서 제가 거의 친구들을 찾아다녔던 게 아쉬워서 아이들이 친구들을 데려오면 최대한 편하게 해 줘서 자주 올 수 있게 해 주자는 주위인데도 불구하고 아이들 친구들은 제가 무섭다고 합니다. 딸아이 말로 카리스마가 있다나... 다행히 와이프는 푸근해서 보완이 됩니다만, 저희 집은 존댓말을 시키는데 아이들이 반말 비슷하게 하면 와이프도 엄마가 친구냐고 단호합니다. 나중에 아이들이 성장하면 독립시키고 와이프와 둘이 노는 걸로... 지금도 주말이면 아침 먹여주고 아이들은 제 친구 따라 나가고 저와 와이프가 같이 시간을 보내지요.

처남은 아들아이가 둘이 있는데 어렸을 적에 장인 어른이 일찍 돌아가신 것 때문에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없어서 아이들에게 친구 같은 아빠가 되고 싶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부모에게 반말도 하고 아직 어려서 때리기도 하는데 저희 집에서는 없었던 일이라 저도 신경에 거슬리지만, 어렸을 때는 잘 어울려 놀던 아들도 애들이 버릇이 나빠지는 것 같다고 얘기를 하더군요. 하지만 각기 생각이 다른 부분이기에 더 뭐라고 할 수 없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부디 아이들이 성장했을 때 기대하는 모습이길 바랄 수밖에요.

가끔 TV프로에 자녀들과 가정 불화로 사춘기 자녀들이 부모에게 반말하고 욕하는 장면들이 나오는데, 잘잘못은 더 가려봐야 하겠지만, 아이가 어렸을 때 그런 행동이 보였을 때 단호하게 제지했으면 지금 저런 모습을 보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한 번도 때리지 않고 키웠다고 생각했는데, 아들아이가 한번 손바닥을 맞았다고 기억을 한다고 하더군요. 가해자는 기억 못 하고 피해자만 기억하는 상황... 벌을 세운 적은 있습니다.

저렇게 서열을 세워도 아이가 이제 부모를 속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시기가 옵니다. 저는 또 그때를 기다렸습니다. 어릴 적에는 아이 방에 컴퓨터가 있었는데 종종 집에 일찍 들어가는 날이 있는데 아이가 불 꺼진 방 안에서 책을 봅니다. 아이 주의를 끌어서 방 밖으로 보내고 컴퓨터를 만져보면 따뜻합니다. 게임을 하고 있다가 갑자기 집에 문이 열리니 전원 스위치를 확 내려서 컴퓨터를 꺼버리고 책 보는 시늉을 한 것입니다. 그냥 모르는 척 넘어가 줍니다. 다음에도 또 비슷한 상황이 생기고 또 그냥 모르는 척 넘어가 줍니다. 이제 아이는 아빠가 모르는구나... 생각할 수 있겠지요. 다음번 걸렸을 때 앉혀놓고 얘기를 해줍니다. 여기를 만져 보라고... 따뜻하지? 아빠가 하는 일이 맨날 컴퓨터 분해하고 조립하는 일이라고... 아빠가 마음먹고 뒤지면 네가 컴퓨터 가지고 뭘 했는지 다 알 수 있다고... 알지만 이전에는 모른 척하고 넘어가 준거라고...

또 다음은 저도 컸다고 부모한테 대드는 시기가 옵니다. 늑대들이 성장하면 서열 싸움하듯이... 아주 어릴 때는 엄마가 힘이 더 세서 힘으로도 제압할 수 있지만 특히 남자아이는 엄마가 힘으로 감당이 안되는 시기가 옵니다. 원숭이도 어린 아이와 여자를 무시하거나 괴롭힌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또 그 시기를 기다립니다. 그 날은 2시간 반동안 손드는 벌을 세웠습니다. 그때 제가 잘못한게 눈치껏 팔 내리며 쉴 시간을 줬어야 하는데 곧이곧대로 눈앞에서 지켜 보면서 2시간 반을 벌을 서니 팔에 감각이 없어지는 지경까지 갔던 것 같습니다. 아들의 팔을 주물러 주면서 '내가 너무 요령이 없었구나...'생각했습니다.

그러다 보면 남자 아이는 또 '성'에 눈을 뜨는 시기가 옵니다. 이건 생물학적으로 당연한 것인데 밖으로 노출하는 걸 꺼리는 부분이지만 살다 보면 우연찮게 노출이 되는 때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때는 또 어떻게 해야 하나... 어느 날 아이가 성인 애니메이션을 보는 모습을 봤을 때, '너무 빠지지는 마라...' 이 한마디 하고 방문을 닫아주는 걸로 끝냈습니다. 이전에 아이가 친구들이 야한 동영상 보고 그러는데 자기는 이해가 안 간다고 했는데 저는 속으로 네가 더 이해가 안간다 했습니다만 정상적인 것으로 확인이 되었으니 다행입니다. 진짜 계속 그렇게 갔으면 불교나 천주교 쪽으로 진로를 잡아야 하나 했을 텐데...

1년 전쯤에는 딸아이가 학교에서 친구들 사이에 문제가 있어서 부모들 사이에 시끄러운 얘기가 오갔던 것 같습니다. 아내에게 사정 얘기를 듣고 담임 선생님께 문자를 보내고 통화를 했습니다. 3명에 아이 사이에서 문제가 있는 것 같으니 상황을 파악해 보시고 제 아이가 잘못한 게 있으면 말씀해 주시고, 일단은 서로 부딪히지 않게 떨어뜨려 놨으면 좋겠다고 문자를 보내니 다음날 담임 선생님께서 전화를 주셨습니다.

저는 제 딸아이지만 제 눈앞에서는 착하고 그럴 문제 일으킬 아이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내 눈에 안 보이는 상황에서는 어떻게 하고 다니는지 저도 알지 못한다. 그러하니 담임 선생님께서 상황 파악을 하시고 저희 딸이 잘 못한 부분이 있으면 사과하도록 하겠습니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담임 선생님께서는 보통 부모님들은 자기 애는 그럴 애가 아니라고 말씀하시는데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하다고 하시며 통화를 마무리했고, 아이들 일은 큰 일없이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저는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들이 할 수 있는 대부분의 잘못을 내 아이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 일련의 일들이 정말 현실에서 벌어졌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 게 부모 된 자로써의 모습인지에 대해서 미리미리 생각해 두었습니다. 간혹 카페나 다른 글에서 자녀가 거짓말을 하거나, 친구들 물건을 훔치거나 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닥쳐서 생각하기보다는 본인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시고 그 상황에 어떻게 당황하지 않고 대처할지 미리 머릿속에 그려보는 작업이 필요해 보입니다.

앞으로 십여 년이 지나면 큰 아이는 제가 한 가정에 가장이 되었던 나이가 됩니다. 요즘은 결혼을 늦게하는 세태이지만 얼마 전부터 저는 제가 할아버지가 되면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미 할아버지가 되신 분들이 쓴 글에서 나도 저런 모습이었으면 좋겠다 하는 것들을 하나둘씩 담아놓고 그때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행히도 자녀들이 어린 시절에 잘못한 부분들에 대해서 대처했던 것들과는 달리, 대부분은 가족 간에 불평등하고 불합리한 부분에 대해서 억울한 부분이 이나 불편함이 없도록 조율하거나, 자녀들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경제적인 마인드를 탄탄히 쌓을 수 있도록 조력하는 부분이라 걱정보다는 서로 이성적으로 조율해야 하는 일이 더 많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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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이언트 세콰이어